봉이 김선달을 배출한 도시 장터, 마르쉐@

- 소란



풀을 팔아 부자가 되다

대동강 물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던 봉이 김선달처럼 풀을 팔아 부자 된 도시농부들이 있었다. 지난 봄, 그들은 단오가 지나지 않아 아직 여린 풀들을 한 소쿠리 가득 쌓아놓고 풀장사를 했다. 텃밭보급소의 풀 소모임인 푸진가리가 풀을 뜯어 장사에 나선 것이다. 누가 풀을 사서 먹을건가 싶었지만 완판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길바닥에 널린 게 풀인데 돈 주고 사 먹을 게 없어서 풀을 사먹다니, 봉이 김선달이 형님하고 고개를 숙일 판이다. 풀이라는 것이 과연 먹을 만한 것인가? 풀 소쿠리 앞에 쭈그려 앉은 사람들은‘꽃다지꽃, 냉이꽃, 황새냉이꽃, 양지꽃, 봄맞이꽃, 광대나물꽃, 남산제비꽃, 뱀딸기꽃, 제비꽃, 민들레꽃, 미나리, 괭이밥, 속속이풀, 환삼덩굴, 벼룩이자리, 황새냉이, 쇠별꽃, 꽃마리, 갈퀴나물, 제비꽃, 찔레나무 순, 고비, 고들빼기, 씀바귀, 벼룩이자리, 점나도나물, 명아주, 고마리, 소리쟁이, 싱아, 여뀌 등 그 제각각의 맛에 놀라며 야단법석이었다. 야심찬 풀꽃 요리였던‘풀꽃 부르게스타’는‘도시것들’의 호들갑에 긴줄을늘이더니일찌감치완판됐다.‘ 마르쉐@’라는도시시장이아니라면 풀 뜯어 하는 장사가 가능했을까? 도시형 장터 마르쉐@가 풀을 뜯어 장사를 해도 팔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르쉐@ 그 특별한 도시 장터

‘마르쉐’는 프랑스어로‘Marche’, 시장 장터라는 뜻이다. ‘마르쉐@혜화'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쪽‘예술가의 집’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린다. 하지만 오전이 지나면 웬만한 물건과 먹을거리는 벌써 다 팔리는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 처음 만들 때부터 유럽의 도시로컬 장터를 그리며 만들었다는 마르쉐@는 함께 참여한 예술가들의 손길이 곳곳에 담겨 있다. 작은 탁자, 천막, 바구니에게 하나까지도 장터에 맞게 디자인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장돌뱅이들의 현란함을 조화롭게 만드는 알뜰한 노력이 느껴진다. 일반 시장에는 없는 채식요리나 손수 만든 효소, 장아찌, 잼, 손수기른 농산물 등 건강을 생각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을 판다. 농산물이든 음식이든 물건이든 소위 핸드메이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소포장에 예쁜 라벨이나 앙증맞은 용기에 담긴 농산물들은 저마다 내어놓은 주인들의 표정을 닮았다. 개성 있는 상품들은 또한 개성 있는 주인을 만나 팔려간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뭔가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듯하다. 음식을 사면 아무데나 걸터앉아서 먹고 토크세미나나 작은 콘서트가 열리면 주저 없이 즐기면 된다. 마르쉐@에서 파는 상품들은 푸진가리가 들고 나온 들풀이나 빈 가게의 예술가들이 들고 나온 버려진 종이로 만든 공책처럼 일반 시장에서는 내놓을 수 없는 것도 많다. 하지만 마르쉐@는 무엇이 상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에도 도전한다. 마르쉐@는 단순히 장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먹을거리에 관련된 문제의식을 나누고, 더 나은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음식, 철학이 있는 음식과 상품들도 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도시농부 없는 도시 장터

마르쉐@와 같은 도시 장터들이 이제는 서울에도 여러 개 생겼다. 공덕역 경의선 폐선부지에 생긴 시민 장터‘늘장’이라든지, 영등포 하자센터가 다달이 마지막 주 금요일 달이 뜰 즈음 여는‘달시장’그리고 주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서울 농부의 시장’등이다. 이 밖에도 힐링 장터, 헬로우 문래, 계단장, 아트마켓 등등 많은 도시형 로컬마켓이 있다. 이들 장터들도 마르쉐처럼 지역의 경제를 생각하고 환경을 걱정하며 푸드마일을 줄이고 손수 재배하고 만든 제품들을 내놓는다. 하지만 도시농부들이 장사를 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농림부의 발표대로라면 도시농부가 77만 명이라는 2012년에도 여전히 도시 장터에 나온 농산물의 대부분이 멀리서 온 시골농부의 것들이라면 문제가 있다. 물론 시골농부들이 장을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은 물량 면이나 공급 면에서 당연하겠지만 도시농부 없는 도시 장터에 로컬을 걸기엔 말이 무색하다. 도시농부의 대부분은 전업농이 아니기 때문이지만 도시농업의 부흥기를 맞았다는 요즘 전업 도시농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도 도시농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도시의 작은 자투리땅에서 농사를 지으면 자급을 하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이지만 어떠한 농사도 언제나 잉여농산물은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농산물이 장터로 나올 루트를 찾는 것은 도시동부들에겐 아직 벅차다. 일부 청년 도시농부들은 그들이 기른 농작물을 도시 장에 내다팔기도 하지만 이들은 세련된 포장과 아이디어를 농산물에 첨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분분 도시농부들은 연령대가 50대 이상이고 전업농도 아니다보니 생산과 가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장터에 내놓으려면 세련됨까지 요구하는 도시 장터의 특징상 접근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예쁘고 세련된 것만이 도시장터의 모습이 된다면 더더욱 로컬과 멀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시농부들이 만드는 도시 장터

유럽의 도시농업이 부흥하고 도시장터가 자리잡아간 역사에는 분명 도시농부들의 역할이 컸다. 도시농부들은 자기들이 기른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데까지 드는 푸드마일을 줄일 뿐만 아니라 도시의 번잡함 속에 외따로 있던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으로서 도시텃밭을 이용했다. 농산물을 키우면서 동시에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도시 장터로서의 도시텃밭은 쿠바를 비롯해 많은 세계의 대도시에서는 이제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다. 서울도 도시텃밭이 도시농업의 잉여물을 나누고 지역 주민이 편하게 오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시텃밭에 내 상설 장터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장바구니를 들고 찾아오는 동네 사람들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동네 사람들이 주말이면 장보러 마트가 아니라 도시텃밭을 찾아가 아는 농부가 기른 건강한 잉여농산물을 싸게 사고 동네 이야기를 나누면서 로컬푸드를 실현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아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엔 해로운 것은 쓸 수도 없다. 유기농도 저절로 될것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자본주의에 맞서 싸운다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 부모님은 뭔가를 살라치면 늘 말씀하셨다. 비싸더라도 동네 아무개네 가서 물건을 사라고. 그 이야기는 거창하게 말하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이야기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같이 먹고 잘살자는 얘기다. 알 수 없는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면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익이간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우리는 계속 알 수 없는 소비를 하게 된다. 얼굴 없는 시장이 생산자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리고 소비자는 봉이 되었다.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얼굴이 있는 소비를 하러 나서야 한다. 마르쉐@에서 푸진가리가 봉이 김선달처럼 풀을 팔아서 돈을 번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가치가 들어가 있는 것을 사려고 했던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장바구니에 가치를 함께 담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 함께 살지 못한다. 농부의 땀이, 못생긴 농산물이, 이웃과 나눈 정이 장바구니에 채워지면 우리는 같이 잘살게 된다. 도시 장터는 바로 그러한 가치를 덤으로 얹어주는 곳이다. 이번 주말엔 장바구니를 들고 눈먼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러 도시장터에 나가보자. 혹은 장사꾼이 되어보아도 좋겠다. 당신이 내 가치를 알아주기에 오늘 장사도 완판이다.


(2013년 귀농통문 가을호 중에서..)


소란

『귀농통문』편집위원. 푸진가리에서 풀을 공부하며 약이 되는 레시피를 개발중이다. 도시농

부들에게 퍼머컬처를 가르치고 은평갈현텃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문화를 설계하는 다종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진행한다.




위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역

서울특별시 이화동 혜화역